작가는 사회와 그 시대의 자양분을 먹고 살아간다. 개인적인 역경은 작가에게 시대와 사회를 읽는 눈이 되며, 유토피아적인 사회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뜻하지 않는 힘든 역경이 닥칠 수 있는데 나 역시 크고 작은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자주 겪게 되었다.
생활이 힘들었던 6년전 늦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작업실 앞마당에 수탉을 한 마리 키웠다. 어느 날 그 닭은 나뭇가지 위에도 올라가고 지붕에도 올라갔다. 장난삼아 그 닭을 쫓아가면 그 닭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나무로부터 제법 멀리 도망쳤다. 나의 날아라 닭 작품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야생에서 자란 닭은 날갯짓을 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조금씩은 날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둠을 뚫고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닭. 이것이 나의 닭 작업을 통해, 아니 작가적인 삶을 통해 꿈꾸는 세계인 것이다.
닭은 예로부터 벽사의 의미와 함께 어둠과 질병과 재앙을 몰고 오는 귀신을 물리치고, 새벽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새로운 시간을 여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솟은 머리는 벼슬과 같다고 여겨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닭은 날개가 있으되 인간에게 길들여져 가축화 된 후부터 퇴화 되어 멀리 날지 못하게 되었다. 닭은 어쩌면 나의 삶의 모습과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옻칠화 작품은 꿈과 이상을 향해 자유롭고도 힘차게 날갯짓 하며 창공을 비상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은 것이다. 닭은 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현실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처연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나의 작품들은 옻칠을 재료로 하고 있다. 옻칠은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는 만큼 제작과정이 복잡하다. 옻칠은 옻이 오를 때 심하게 붓거나 피부 알레르기가 생기고 심하게 간지럼을 타는 등 다루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재료이지만 수천년간 변하지 않는 보존성과 자연광택, 방수 방충효과가 뛰어나며 그윽한 깊이감을 지니고 있다. 옻칠은 아마도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아니 우리네의 삶의 모습과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러한 옻칠의 재료를 다양한 색감이나 기법의 실험을 통해 옻칠공예를 넘어서 옻칠회화로 그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 성태훈 작가 에세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