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훈은 1999년 첫 개인전 이후 지속적인 작품활동과 함께 다양한 국내.외의 전시회를 통해 안목 있는 대중들에게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그의 작품 세계에 조금 더 다가서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가 보다 집적(集積)된 모습의 전시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15회 개인전은 이러한 요구에 대한 적절한 대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성태훈의 작품활동은 대단히 왕성하게 진행되어 왔고, 특히 화폭에 표현되어 진보해 온 철학적 담론은 소재와 형식의 변모를 동반하여 일반 관람자는 이해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성태훈의 작품들은 “불안”이라는 일관된 주제 아래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시기적으로 변화해 왔기 때문에 “은유”라는 그의 표현 방식에 집중하여 살펴보면 그의 담론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하지만 주제와 표현 방식의 키워드를 발견 했더라도 작품들의 포괄적 이해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으로 작가의 지난 작업 과정을 간략하게라도 살펴 보는 것이 작품의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성태훈은 작품활동에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해 왔는데, 개인전 초기인 1999년에서 2001년까지는 지난 역사현장을 찾아 시대를 반추하는 실경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2002년부터 그의 시선은 현재에 맞추어 진다. 이 시기 화폭을 가득 채웠던 폐허는 부조리한 현재가 우리에게 강제하는 불안을 상징하는 것이며, 배경을 지배하는 폐허 앞의 어린아이는 작가 자신의 모습처럼 보인다. 그러나 폐허로부터 시작되는 맑은 물줄기를 통해 일상을 지배하는 불안과 소통을 지향(指向)하고 있다.
성태훈의 작품세계는 2005년에 이르러 더욱 은유적으로 변화해 간다. 이 시기 불안은 폭력이라는 형태로 구체성을 띄기 시작하는데, 폐허의 배경에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등장시켜 폭력을 형상화 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폐허가 사라진 자리에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등의 동양적 소재를 등장시켜 전투기들이 그 사이에 부유(浮游)하게 함으로써 폭력을 조롱하기도 한다.
2007년에 이르러 성태훈은 그의 작품세계에 또 한번의 변화를 추구한다. 이 시기 화폭에는 자기 본성 것 자란 정물들이 등장하며 특히 2008년부터는 매화가 작품의 중심 소재가 되고 2008년 후반기에 와서 매화는 초록의 꽃을 피워 희망의 향기를 사방에 전한다. 전투기는 더 이상 폭력을 행사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반면에 폐허 앞에 서 있던 아이는 억세게 자란 잡초와 의연한 매화의 모습으로 변모한다. 특히 이 시기 어두운 폐허를 대신한 밝은 배경은 극복되어지는 불안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이상에서 간략하게 살펴 본 성태훈의 작품세계는 그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작가의 삶과 작품의 관계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성태훈에게 있어서 작품은 그의 삶과 분명한 관계성을 유지하고 있다. 폐허로 표현된 역사의 현장은 우리 근.현대 그리고 현재의 아픈 모습이다. 성태훈은 태생적 경험과 체험적 경험을 통해 과거를 인식하고 어찌할 수 없는 역사적 현실 앞에 연약한 아이로 자기를 표현했다. 하지만 맑은 물줄기를 통해 강압의 역사와 화해를 하고 부조리한 과거가 강제했던 불안을 극복하려 한다.
무력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폭력은 현실이 구조적으로 작가에게 강제하는 불안이다. 성태훈은 폭력이 지배하는 현실을 특유의 은유로 조롱한다. 이러한 조롱은 철저한 현실인식에 근거한다. 성태훈은 그의 인식을 바탕으로 강제된 불안에 당당히 맞선다. 그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억센 잡초로 또 강건한 매화로 표현하고 그를 억압했던 불안을 왜소한 전투기로 표현해 모기라 규정해 버린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두려울 것 없는 현실 앞에 초록의 매화를 피워 희망을 이야기한다.
성태훈의 작품을 이해하고 싶은가? 그대 눈앞에 있는 그의 작품을 꼼꼼히 보라. 그러면 덤으로 그의 삶도 이해할 수 있다. 어둠이 아닌, 파랗고 또 노란 그리고 붉은 폐허를 배경으로 핀 초록의 매화를 보고, 더러는 하얀 지면에 퍼지는 초록의 향기를 맞으라. 전투기가 사라진 하늘을 원시의 기억을 더듬어 힘차게 날고 있는 닭의 노래를 들으라.
지금 다시 모진 바람이 부는 어두운 밤. 금세 불안한 우리는 닭 우는 아침에 초록매화 향기를 꿈 꿀 수 밖에 없다.
A Glimpse into Seong Tae-hun’s Artistic Journey
[By Park Su-chul(Eastern Philosopher)]
Since the first solo exhibition in 1999, Seong Tae-hun has been acclaimed from appreciative spectators through several times of local and foreign exhibitions. As years progressed, however, viewers began to expect his upcoming exhibit to be more of completed and cohesively structured than ever before. The 15th solo exhibition serves as a satisfying response to the demands.
Seong has been working strenuously and his relevant philosophical discourses developed far enough to make viewers feel challenged in understanding probably due to the restless progress in subject and form. However, Seong’s work that has taken diverse forms narrows down to a cohesive exploratory theme of ‘anxiety.’ In order to gain a fuller understanding of his discourse, a little more concentration on his expressive method of ‘metaphor’ is a necessity. The effective discovery of keywords in terms of thematic and expressive approach may not be sufficient to understand his body of work, therefore we need to take a glimpse at his previous work.
The brief study of Seong’s work history shows that an artist’s background in relation to his past life could reveal quite a lot about the man’s paintings. An artist’s painting has something to do with his life in diverse ways. The historical site rendered as ruins questions the present and repossesses the past. He reveals himself as a vulnerable boy along with the recognition of indelible pains. It is time to reconcile with the coercive history and pull together to fight against the absurd past through the streams of limpid water.
All kinds of violence including a force of arms operate structurally coercive to the artist. Seong mocks the reality strewn with violence with his distinct type of metaphor. The mockery is rooted in his thorough recognition of reality. He confronted the forced fear with the help of his recognition. He expresses himself as weedy grass or strong-willed plum blossoms, identifying the midget fighter planes as mosquitoes. He tells of hope through the green petaled plants
If you want to understand Seong’s work, please give more attention to his work. Then you may gain more understanding about his life. Try to see the green plum blossoms fully blown in the bluish, yellow and red ruins as the background instead of the darkness, and smell the greenish scent spreading into the white canvas. You may turn your ears toward the rhythm of singing roosters flying over the sky, as if being reawakened by a primitive memory. When the darkness comes again in any stormy night, we may get to rely on the scent of the green plum blossoms in the wake of da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