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20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애리(愛利) : 사랑은 이롭다

 

임대식(쌀롱아터테인 대표)

 

대상에 대한 이해는 정신활동과 매우 밀접하다. 특히 시각예술에서 대상은 그리는 주체 이외에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선 대상은 우리의 의식에 먼저 작용된다. 따라서 의식되는 모든 것들은 대상이 된다. 이는 보여지는 것 자체는 우리가 의식할 수 있는 것이며 그 의식은 자연스럽게 정신적 경험으로 이어진다. 이 정신적 경험은 대상을 분석하고 정의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대상은 정신활동의 매개가 되는 것이다. 우리 내면에 내재하고 있는 사고나 감정 역시 비물질적인 대상이다. 정리하자면 시각예술은 그리는 주체와 대상과의 내밀한 관계이면서 동시에 정신활동의 결과인 것이다.

사군자 주변을 날아다니는 전투기를 통해 현대사회의 불합리를 풍자하고, 하늘을 나는 닭으로 삶의 희망을 그리는 성태훈의 대상은 늘 다중적 의미를 지닌다. 언뜻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대상들이지만 그 이면의 의미들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해서 성태훈의 대상은 은유적이면서 상징적이다. 또한, 명료하다.

애리는 작가의 대상이다. 정확하게 대상화된 인물이다. 인물이 대상이 되는 경우는 그 인물이 지닌 남다른 특징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카메라가 발달되지 않았던 시대에는 주로 역사적인 인물들을 기록하고자 그렸던 것이 인물화였다. 또한, 종교와 관련된 내용, 고서나 경서에 나오는 인물 등을 그리는 등 전통회화에서는 산수화와 더불어 주를 이루던 장르였다. 전통회화를 현대적 감성에 맞춰 표현해 오던 성태훈의 인물화는 어쩌면 생소할 수 있겠으나 시대를 고민해 왔던 작가에게 사람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은 어쩌면 작가의 본래적인 감성들을 원초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수묵은 끊임없는 수련과 수양을 필요로 하는 회화 기법이다. 먹의 농도, 호흡, 힘 등 먹과 물 그리고 한지가 만나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고 끝이 난다. 그 찰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건 오직 작가의 공력이다. 수묵에는 교정이 없다. 단 한번으로 획으로 작가의 정신과 이야기들이 드러나야 한다. 수묵은 붓을 드는 순간부터 그리는 것이다. 성태훈은 애리를 이 수묵으로 그렸다.

한 때 작가의 꿈을 꾸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애리는 평범한 직장인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러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예비 작가다. 성태훈은 그런 애리를 보면서 작가에 대한 많은 고민들을 하게 되면서 그녀를 일필휘지로 그리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성태훈 기운으로 그려진 수묵 인물화의 탄생이다. 성태훈의 인물화는 인물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인물의 생각과 일상에 집중한다. 전업작가와는 달리 오히려 더 자유롭고 과감하게 그림에 접근하는 애리를 통해 작가는 작가로서 삶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된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애리에게 반영하게 되면서 자신의 정신을 수묵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성태훈의 인물화에서 애리는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감정은 그대로 전달된다. 그것이 그녀의 감정인지 아니면 작가의 감정이 투영된 감정으로 표현된 것인지 묘하게 섞여 있다. 그림의 모델을 위해 자세를 취한 것도 아닌 일상의 모습 그대로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진다. 수묵은 그 공력에 따라 엄청난 깊이와 밀도를 표현할 수 있다. 성태훈의 수묵은 채색화만큼 그 색감이 풍부하다. 그래서인지 애리는 단순하지만 수 없이 많은 표정들이 읽혀진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혹은 나도 저렇게 나의 일상을 살고 있구나. 하는 사색이 시작된다. 막연하게나마 나를 돌아 보는 시간. 내 속의 자유로운 애리를 발견한다.

 

 

 

 

Ae-ri : Love is Benecifial

Mental activity is very intimately related to the understanding of an object. Particularly in visual art, it is within bounds to say that the object is everything, aside from the subject that paints the painting. First of all, the object affects our consciousness. Thus, things that are perceived become the objects. What we can see is what we can perceive, and the perception is naturally led to a mental experience. This mental experience makes the rules that can analyze and define the objects. This way, the object becomes the medium of mental activity. Thoughts and emotions that reside in us are also nonmaterial objects. In summary, visual art is an inner relationship between the subject and the object, and also the medium of a mental activity. Seong Tae-Hun’s objects, which satirize the irrationality of modern society by depicting combat planes flying around the Four Gracious Plants, and express hope in life with a flying chicken in paintings, always have multiple meanings. In an instant the objects may seem irrelevant, but the underlying meanings create another story. Therefore, Seong Tae-Hun’s objects are metaphorical and symbolic. Furthermore, they are articulate.

.‘Ae-ri’ is the object the artist paints. She is a clearly objectified person. In most cases when a person is objectified, it is because the person has distinctive characteristics. Before the development of cameras, it was portraits that were used to record a historic figure. In addition, with contents that concern religions or people included in old books and Confucian classics, portrait paintings were a main genre in traditional painting along with landscape painting. Seong Tae-Hun’s portraits may feel unusual since he originally painted traditional paintings with a modern sentiment mostly, however the reason that the artist, who concerns himself with the modern era focused on a person herself could have been to convey the artists primitive, essential sentiments

Ink-and-wash painting is a genre that requires endless training and cultivation. The concentration of the ink, the rhythm and the strength end and begin the moment the ink, water, and Korean paper meet. Controlling that instant is only up to the artist’s elaboration. There is no going back in ink-and-wash painting. One stroke should reveal the artist’s soul and stories. In ink-and-wash painting, you begin painting the moment you lift your brush. Seong Tae-Hun painted ‘Ae-ri’ this way, in the ink-and-wash method.

Ae-ri, who once dreamed of becoming an artist, had to be an ordinary office worker due to various situations. However, she is a soon to be artist who recently started to paint again. By looking at ‘Ae-ri’, Seong Tae-Hun started to draw her in a swift, single stroke, contemplating about what it is like to be an artist. Literally, the ink-and-wash portrait is created by Seong Tae-Hun’s aura. Instead of focusing on the person itself, Seong Tae-Hun’s portrait focuses more on the person’s thoughts and daily life. Looking at ‘Ae-ri,’ who approaches painting more freely and daringly than a full-time artist, the artist reconsiders what it is like to live as an artist. Thus it seems that the artist is expressing his mind in ink-and-wash painting by reflecting his feelings onto ‘Ae-ri’.

In Seong Tae-Hun’s portrait, ‘Ae-ri’ is not depicted clearly. However her emotions are clearly visible. Whether they are hers or his is hard to tell because they are oddly mixed. She didn’t pose to model for a painting, but she is depicted bluntly, and candidly as she appears in daily life. Depending on the elaboration of an artist, ink-and-wash paintings can be expressed with incredible depth and density. Seong Tae-Hun’s ink-and-wash painting is as colorful as a colored painting. That could be the reason ‘Ae-ri’s facial expression can be read in numerous different ways, even though it looks simple. Contemplation like “what is she thinking?”, or “am I living my daily life like her?” starts to occur. A chance to vaguely reflect on myself. Then I find free ‘Ae-ri’, within myself. (Written by Gustav D.S. Lim)



 

 


Art Critic

평론모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건수(미술비평) 성태훈의 선유도왈츠 "전통과 현대의 혼성적 왈츠, 화엄세상을 향해 가는 배" file 성태훈 2023.01.15 7173
공지 이진명 (미술비평, 미학, 동양학) "성태훈의 회화: 상실된 꿈과 인간화 과정" 성태훈 2022.03.22 14010
공지 변길현(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성태훈 - 시대의 풍경 앞에 “길을 묻는다“ 성태훈 2016.09.26 20539
26 이수, (미술평론) “수묵이 전달하는 충만한 일상- 성태훈 개인전” 성태훈 2018.09.24 17846
» 임대식(미술평론, 쌀롱 아터테인 대표) "애리(愛利)" 성태훈 2018.09.11 22023
24 이주희(미학, 미술평론) "오는 풍경" - 솔등재 성태훈 2017.12.09 17692
23 김지환(아트컴퍼니긱 대표) ▶ 성태훈 옻칠화 "중후하고 묘한 중년의 멋" 성태훈 2016.05.03 19755
22 박천남(미술평론가,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본부장) ▶ "나는 닭" 성태훈 2016.04.27 20247
21 홍경한(미술평론,'아티클 편집장 ) ▶ "유토피아의 다른 언어" 성태훈 2016.04.04 21202
20 김상철(미술비평, 동덕여대교수) ▶ “닭은 아득한 이상의 공간에서 봉황으로 난다” [The chicken flies in a dim ideal space as the phoenix] 성태훈 2014.03.17 23359
19 김영민(가나아트센터 전시기획자) ▶ “꿈꾸는 닭, 닭이되 더 이상 닭이 아닌 닭” [Dreaming Rooster - Beyond Physical Limitations -] 성태훈 2014.01.08 59774
18 김노암(아트스페이스휴, 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 대표) ▶ “닭은 날고 새벽은 오고” 성태훈 2014.01.08 22461
17 조성지(예술학박사, CSP111아트갤러리 디렉터) ▶ 풍자와 해학적 이미지로서 꿈을 향한 도전과 비상의 의지 성태훈 2014.01.08 21512
16 고충환(미술평론) ▶ 트라우마와 치유, 트라우마를 싸안고 날아오르기 [Trauma, Healing and Flying with Embracing Trauma (Seong Tae-hun’s Flying Roosters)] 성태훈 2014.01.08 24666
15 김현경(팔레드서울 큐레이터) ▶ 비현실적 삶의 풍경을 관념적 상상으로 표현한 풍자적이고 역설적인 발상 [Seong Tae-hun’s Flying Roosters] 성태훈 2014.01.08 22249
14 장동광(독립큐레이터, 미술비평) ▶ 매화꽃에 걸린 현대문명 성찰기(省察記)(제 15회 개인전) [Pondering Modern Culture through Plum Blossoms : Poignant Scent of Satire and Wit (The 15th Solo Exhibition)] 성태훈 2014.01.08 25342
13 박수철(동양철학) ▶ 성태훈을 보다.1(제 15회 개인전) [A Glimpse into Seong Tae-hun’s Artistic Journey (The 15th Solo Exhibition)] 성태훈 2014.01.08 20715
12 서영주(예술학, Curator) ▶ 梅 一 生 寒 不 賣 香 - 매화는. 일평생. 추위에. 향을. 팔지. 않는다.(제 13회 개인전) [Plum Blossoms Do Not Give Away Their Scent, Despite the Coldness of Life (The 13th Solo Exhibition)] 성태훈 2014.01.08 24935
11 이 섭(전시기획자, 미술비평) ▶ 왜 작가는 자신에게 길을 묻는 가? (제 12회 개인전) 성태훈 2014.01.08 20855
10 임대식(전시기획자, 미술비평) ▶ 폭력과 일상의 대 반전 (제 11회 개인전) [The Great Reversion between violence and daily lives (The 11th Solo Exhibition)] 성태훈 2014.01.08 21159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