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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이 전달하는 충만한 일상- 성태훈 개인전

  애리 70x34.5cm. 한지에 수묵담채. 2018.jpg


이수(미학, 미술평론)

 

오늘날 한국화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전통적 정의와 달리 현대적으로 변화된 한국화는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한국화는 한지와 먹이라는 고유한 재료와, 먹의 농담이나 필법 등 토대가 되는 특징들이 있어 새로운 시도들 속에서도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화가 재료와 기법의 독특성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오늘날의 한국화는 현대적 사고와 서구의 방식들이 접목되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지 오래되었다. 어느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문화는 혼종될 때 더욱 새롭고 화려해진다. 미술에서도 마찬가지로 매 계기마다 이종적 방식들이 흡수되면서 새로운 기법과 정신들이 탄생하곤 했다. 그리스의 헬레니즘 미술, 간다라 미술, 비잔틴 미술, 르네상스 미술, 그리고 인상주의 회화 등 그 예는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다. 그리고 한국화 역시 우리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전통적 형식이라는 바탕위에 현 시대의 문화적 다양성이 접목되어 현대적 회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어떤 예술이나 그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은 것이 없듯이 한국의 회화도 이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의 회화는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동서양의 구분 없이 혼종되어 진화해 오면서 새로운 주제와 기법들로 채워졌다. 한국화라는 명칭으로 구분되는 회화 역시 한국화임을 알아볼 수 있는 직관적 형식들의 토대 위에, 오늘날의 다양한 회화형식들이 혼합되어 작가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양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전통이 현재들의 무게가 한계에 이르는 순간 갱신되듯이, 개인적 삶의 방식 역시 경험들이 축적되면 단숨에 도약한다. 개인으로서의 작가도 다양한 시도들의 축적을 통해서 지평을 넓히게 마련인데, 성태훈의 작품활동의 역사 또한 그래왔다.

성태훈은 한국화의 전통 위에 오늘날을 살아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정신을 담는 작가이다. 최근까지 그는 한계를 극복하고 도약하는 삶에 대한 염원을 날아가는 닭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해 왔다. 작가는 전쟁 같은 극단적 상황과 빠른 변화를 거쳐 간 한국사 혹은 개인사의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유유히 날아가는 닭을 통해 역경을 이겨내는 우리의 건강한 정신을 작품에 담았다.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처럼 한계를 뛰어넘는 작가의 도전은 전통적 기법과 재료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이르게 했다. 최근까지는 수천 년이 넘게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던 옻칠화 기법으로 닭으로 상징되는 정신의 비상과정을 기록해 왔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수년간 진행해 온 옻칠화라는 견고한 틀을 또 한 번 깨고 한국화의 기본적 기법인 수묵화로 돌아오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을 창안하였다.

성태훈의 시선은 나는 닭을 잠시 뒤로 하고 인물로 향하며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한다. 작가는 생활에서 마주하는 주변인들의 자연스런 순간을 포착하여 일필휘지로 기록한다. 성태훈의 인물연작에 사용된 기법은 한국의 전통적 서화 기법이지만 그 소재와 주제는 전통에 머무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한국화에서는 생존해 있는 사람을 그릴 때 핍진성을 높이기 위해 묵법이나 필법을 사용하지 않고 세필로 정교하게 그려왔다. 그러나 성태훈은 작가가 본 인물의 순간적 느낌을 포착하여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부드럽게 붓을 놀리며 인물을 재현한다. 붓의 속도와 먹의 농담은 한번이라도 붓을 쥐어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붓질이란 행위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붓이 달리다가 속도를 늦추거나, 머무르고 내려앉는 일련의 과정들이 관객을 눈을 통해 신체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처럼 붓질이 주는 신체적 감각은 액션페인팅과는 또 다른 통쾌함이 있다. 먹선이 지나간 속도와 화선지에 물감이 퍼져가는 공간적 느낌을 동시에 전달하며 작품 속에서 새로운 시공간을 창출한다.

이처럼 성태훈의 작품들은 한국화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스타일의 인물화를 탄생시켰다. 문인화(文人畵)가 여백이라는 사변적 공간을 통해 이상적인 것을 표현했다면, 민화(民話)는 화면을 색이나 형으로 채워 일상 속 대상들이나 세속적 염원을 담아왔다. 성태훈의 인물화는 민화와 같이 색과 형으로 채워져 있어 인물들이 실제적 삶과 맞닿아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중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 애리는 동일인임에도 불구하도 각각의 작품 속에서 개성 있는 인물로 재탄생 한다. 그밖에도 주변의 지인들과 자신의 자화상 등 작가 자신을 둘러싼 삶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그림으로 남겨 소소한 일상을 기록한다. 인물들은 휴대폰을 만지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누군가를 바라보거나 머리를 손에 괴고 모로 누워있기도 하는 등 인물들은 작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편안한 모습들이다. 살며시 미소 짓게 만드는 작품 속 인물들은 작가가 이 인물들을 바라보는 장난기와 애정 어린 시선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작가는 인물이라는 소재를 통해 가끔은 나른하고 가볍게도 느껴지는 일상에 대한 느낌을 충만하게 표현하고 있다.

익숙한 대상들에 눈을 돌리는 것은 새로운 기법을 시도할 때 자주 있는 일이다. 그 중 인물화는 기법을 연습하기 좋은 소재다. 다빈치의 스푸마토(Sfumato) 기법이 잘 드러난 역작 <모나리자>, 고흐가 그린 초상들과 자화상들, 마티스가 코에 초록 선을 그어 물의를 일으킨 자신 부인의 초상 등 다양한 인물화들은 화가의 도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가까운 지인들은 자신을 똑같이 그리지 않아도, 조금은 우스꽝스러워도 화를 내지도 않는다. 그러니 성태훈이 그린 사람들은 그를 믿고 존경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인물화 속에서 재발견한 작가만의 수묵화 기법으로 앞으로 무엇을 그려낼지 지켜볼 일이다. 어쩌면 작가의 시도를 수묵화라는 테두리에 가두는 것은 폭력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성태훈에게 수묵화는 것은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일 뿐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의 미술은 방대한 주제와 기법에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초국가적 정보망이 펼쳐진 오늘날 문화적 독자성이나 장르의 자율성 같은 개념들을 고수하는 것도 시대에 맞지 않는 일이다. 성태훈의 작품은 한국화 역사의 한 지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전시된 작품들을 성태훈이라는 한 작가가 작업을 해 온 개인적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작품 외적인 것에 대한 설명은 이 글에서 마무리하고, 관객들은 성태훈의 유쾌한 작품 그 자체를 유희할 수 있기를 바란다


 

The Abundance of Daily Lives, Portrayed in Ink-and-Wash Paintings Seong Tae-Hun’s Solo Exhibition.

 

Lee, Sue (critic in aesthetics and art)

 

 

How could we define today’s Korean painting? Modern Korean paintings now need a new definition aside from the traditional one. Korean painting can be spotted intuitively within new artistic attempts, because of the unique medium, Hanji and Chinese ink, the light and shade of the ink, and methods of brushwork that it is based on. However, Korean painting does not only stand for the medium and uniqueness of techniques. Today's Korean painting has long been on a new stage, combining modern ideas and Western techniques. Regardless of the era or region, cultures become more original and colorful when they are intertwined. Likewise, in art, different techniques and movements were born each time foreign methods were absorbed. There are innumerable examples, such as Hellenistic Greek art, Gandhara art, Byzantine art, Renaissance art, and Impressionist painting. In addition, Korean painting itself could be modernized through combining the the cultural diversity of the present era on the basis of Korean painting.

 

Just as there is nothing in history that hasn’t changed to suit the era, Korean painting is developing too. One generation to another, Korea’s fine art has already evolved notwithstanding the distinction of Western and Eastern, and is now filled with new themes and techniques. Paintings that are referred to as Korean art are now formed as an artistic style, which shows artist’s individuality based on the intuitive characteristics of Korean paintings. Just as traditions renew at the moment the weight of the present reaches its limit, spirals of a person's life widen as experiences accumulate. Individual artists also broaden their horizons through the accumulation of various attempts, and so has the history of Seong's artworks.

Seong Tae-hun is an artist who portrays the life and spirit he pursues onto the traditions of Korean paintings. Until recently, he has symbolically expressed his desire to overcome limitations and to leap forward, through 'flying chickens.' The artist has portrayed our healthy spirit, which has overcome precarious situations in National, and personal history such as war and drastic change by painting the chicken unhurriedly flying. The artist's challenge, like the message contained in the work, led to a new interpretation of traditional techniques and materials. Until recently, the artist has recorded the process of the soaring of the spirit, which is symbolized as the chicken, through lacquer technique that has been used in daily lives for thousands of years. In this show, the artist has created a new style for telling his narrative by breaking out of the solid frame of lacquer painting which he has practiced over the years, and returning to the basic technique of Korean painting, ink-and-water.

 

Seong Tae-Hun’s eye takes a moment from the 'flying chickens’ and heads for painting portraits as he challenges himself with another change. The artist captures and depicts the natural moments of the people around him in a single, powerful brushstroke. The technique used in Seong's portrait series is a traditional Korean painting technique, but the subject and material do not remain in tradition. Generally, portraits in Korean paintings have been elaborated in detail in order to increase the level of vividness of the living subject, rather than using a technique in ink-and-wash or brush-using techniques. However, Seong Tae-Hun captures the momentary feeling of the character the artist has seen and represents that character by rough and gentle brushstrokes. For someone who has ever held a brush to paint, the speed of the brushstroke and the light and shade of the Chinese ink could make one recall the action of painting. The process of the fast brush slowing down, pausing and settling is transferred to the viewer’s body through their eyes. Thus, the physical sensation the brushstrokes gives has a delightfulness that is different from that of action painting’s. It conveys the speed of the brush line, and the sense of space of the paint spreading on the paper at the same time, therefore creating a new space-time within the painting.

 

As such, Seong's works reinterpreted Korean paintings, creating new styles of portrait. If the painting in the literary artist's style expressed the ideal through a speculative space called the blankness, folk paintings filled the surface with colors and forms to embody objects in everyday life or secular aspirations. Seong Tae-Hun’s portraits are filled with colors and forms like folk paintings, therefore it fully shows that the models are closely linked to actual life. ‘Ae-ri’ in particular, who is often portrayed in the artworks, is recreated as an individual, unique character within each painting. In addition, he records daily life by depicting the people in his life, such as his acquaintances and himself. The characters are in a comfortable state, looking at their cellphones, drawing, staring at someone, or lying sideways with their head in their hands, unaware of the artist's gaze. The people in the paintings who put a smile on viewers’ faces reveal the mischievous, and loving gazes of the artist. The artist expresses his feelings about everyday life, which sometimes feels languid and light through the subject matter, human figures.

 

Turning one’s eyes to the objects one is accustomed to is a common practice when trying out a new technique. Amongst them, portraits, are a good subject matter to practice one’s technique. Various portraits including <Mona Lisa>, which fully shows the Sfumato technique of Da Vinci, Van Gogh’s portraits and self portraits, and Matisse’s portrait of his wife, which he created a stir with by drawing a green line on her nose, face the artist’s challenge directly. Close acquaintances do not get angry even though the way they are represented is not exact or a little humorous. Therefore, there is no doubt that the models Seong portrayed in his pieces trust and respect him. We should keep our eyes peeled for what the artist will paint from now on with the ink-and-wash technique he rediscovered through painting portraits. Perhaps, limiting the artist’s attempt in the frame of ink-and-wash painting might be injurious. To Seong Tae-Hun, ink-and-wash painting is just one of the methods he is the best at when it comes to expression, not a purpose.

 

Modern art freely navigates the ocean of vast themes and techniques. Keeping up with concepts such as cultural identity and the autonomy of genres in a time the Internet unfolded the supranational information network could also be outdated. Seong Tae-Hun’s artworks show a point in the history of Korean painting, while showing how it can be interpreted modernly. Above all, it is also a product of the personal history of the artist himself. Therefore, the extraneous explanation of the works ends within this article, and I hope that the viewers enjoy Seong’s delightful art itself.

 


Art Critic

평론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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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장동광(독립큐레이터, 미술비평) ▶ 매화꽃에 걸린 현대문명 성찰기(省察記)(제 15회 개인전) [Pondering Modern Culture through Plum Blossoms : Poignant Scent of Satire and Wit (The 15th Solo Exhibition)] 성태훈 2014.01.08 25342
13 박수철(동양철학) ▶ 성태훈을 보다.1(제 15회 개인전) [A Glimpse into Seong Tae-hun’s Artistic Journey (The 15th Solo Exhibition)] 성태훈 2014.01.08 20715
12 서영주(예술학, Curator) ▶ 梅 一 生 寒 不 賣 香 - 매화는. 일평생. 추위에. 향을. 팔지. 않는다.(제 13회 개인전) [Plum Blossoms Do Not Give Away Their Scent, Despite the Coldness of Life (The 13th Solo Exhibition)] 성태훈 2014.01.08 24936
11 이 섭(전시기획자, 미술비평) ▶ 왜 작가는 자신에게 길을 묻는 가? (제 12회 개인전) 성태훈 2014.01.08 2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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