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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경의 서정성과 역사적 서사성


역사현장 실경전

작가 성태훈의 작업은 실경이 근간이다. 객관적인 경물을 바탕으로 한 성실한 사물의 묘사와 표현, 그리고 종이와 먹, 모필 등 전통적 재료가 가지는 심미적 내용들을 충실하게 소화해 내고자하는 작가의 기본적 입장은 원칙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만약 일반적인 산수화와 비교하여 본다면 작가의 작업은 관념의 이상성이나, 명승, 절경의 웅장한 기세를 추구하는 대산대수(大山大水)식의 스케일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삶의냄새가 물씬 묻어나는 풍경 쪽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절지 되어 앙상한 가로수와 이미 익숙한 도심의 갖가지 내용들을 수묵이라는 특정한 재료의 특징과 장점들을 극대화하는 감각적인 표현은 작가의 작업이 가지는 특징적인 요소 중 하나였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소재와 표현은 한국화에 있어서 전통적인 관념적 심미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각과 조형의 방법은 소재의 확장, 다양한 방법론의 모색과 같은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작가의 작업여정과 연륜등 주위의 여건과 환경을 미루어 볼 때 작가의 작업이 가지는 이와 같은 특징적인 내용들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가의 작업은 앞서 거론한 것과 같은 내용에서 상당부분 빗겨난 또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작가의 기본적인 조형의 얼게, 즉 실경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 풍경의 묘사는 여전히 견지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기는 내용은 이전의 서정적인 것들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것들이다. 작가는 먼저 두 가지 분명한 주제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업들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동학혁명과 광주 민주화운동의 그것이다. 일종의 역사탐방을 주제로 삼은 것이다. 민중의 분노가 메아리 쳤던 배들평야에서, 만석보, 백산을 거쳐 황토현으로, 그리고 다시 공주의 우금치, 곰나루로 이어지는 동학혁명의 현장을 직접 답사하며 현장을 확인하고 제작한 근작들과 광주 민주화운동의 기념비적 상징인 광주도청을 묘사한 작품들, 그리고 인간성 상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도시나무들이 이번 전시의 주종을 이루는 내용들이다. 이 두 가지 사실(史實)은 서로 다른 사안으로 시공을 달리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민중의 자각과 민주를 향한 갈구라는 점에서 상호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이 두 가지 사건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통하여 볼 때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상징적인 것들이다.

동학의 뜨거운 혁명 기운이 휩쓸었던 곳곳은 순서에 따라 배들평야에서 백산, 황토현, 우금치로, 그리고 다시 곰나루로 이어지는 과거의 시공을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승리의 함성이 가득했던 황토현이나 패배의 절규가 메아리쳤을 우금치의 풍경 속에서는 그날의 치열함은 들리지 않고 오로지 무심한 들풀들과 구부러진 소나무들이만이 자리할 뿐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도청의 모양 역시 그러하다. 그날의 공포와 핏발 선 눈동자들 대신 슬로건을 내건 현수막들만이 그것이 어제의 상황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작가는 주관적 해석과 이해의 내용은 은닉한 체 보는 이로 하여금 이러한 사실(史實)에 대한 각 시대마다의 해석과 의미, 가치의 부여는 다른 것이다. 오늘이라는 시공적 조건하에서의 동학혁명과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사실(史實)과 실재의 사실(事實)에 일임함으로써 보다 핵심적인 문제의 본질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전개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화면에 나타나는 황토 흙의 상징성이나 도청 앞 아스팔트의 붉은 기운, 종이를 구겨 찍어가며 표현한 거칠고 황량한 분위기의 들길 등은 모두 작가의 두 가지 사안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것임과 동시에 은유적 표현을 보조하는 조형적 장치라 할 것이다.
서사적 내용의 수용은 한국화에 있어서 하나의과제와도 같은 것이다. 비록 서정성이 한국화의 큰 특징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새로운 환경과 상황들은 서정 일변도의 감수성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작가가 개별적인 역사인식과 현장 답사를 통하여 새롭게 조망해 보고자 하는 시도는 실경작업을 통하여 어떻게 서사의 커다란 물결을 수용해 낼 것인가, 또 주관적인 경험과 체험을 여하히 객관적으로 표출해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은 작가를 비롯한 모든 한국화가들에 있어서 하나의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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