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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훈의 유배지 역사현장 기행


작가 성태훈의 작업은 유적지 답사, 그 중에서도 유배지가 주된 대상이다. 이러한 내용은 근자에 들어 일고있는 역사물에 관심(關心) 고조(高調)의 분위기를 생각케 하지만 이미 첫 번째 전시부터 역사적인 현장들을 소재로 삼았던 점을 상기해 본다면 반드시 시류에 따른 것이라 말할수는 없을 것이다. 작가의 유배지 답사는 독특한 남도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전의 작업들이 동학과 광주라는 특정한 주제에 대한 몰입이었다면, 이번 답사의 여정은 주로 남도의 해안과 도서 지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색이라 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인 강진과 지석영 선생이 유거했던 신지도, 그리고 멀리는 정약전이 머물던 흑산도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발걸음은 남도의 곳곳을 부지런하게 훑고 다닌 듯 하다.
발 품을 팔며 곳곳을 누비고 다닌 작가의 감회는 의외로 담담한 듯 하다. 이전 광주 항쟁과 혁명을 표현하였던 첫 번째 개인전 때와 비교하여 본다면, 당시의 작업들은 무거운 무게를 가진 현장에 대한 강박감이 작용하여 부분적으로 생경한 표현들이 있었던 것에 반하여, 이번의 작업들은 상대적으로 절제되고 침착하며 사변적인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대상에 대한 부담감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 관조할 수 있는 여유가 보일 뿐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주관적인 시각이 점차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은 이번 작품들에 나타나는 특징이라 할 것이다.
즉 실경 작업 특유의 필치로 객관적인 현장을 재현함이 이전 작업의 기본적인 방향이었다면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들은 객관적 재현 보다는 주관적인 감상과 소회를 피력하는데 그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대상에 대한 적극적인 취사선택과 그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유배지라는 역사현장을 조형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특히 작가의 경우와 같이 실경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표현의 경우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만약 단순히 현장을 객관적으로 재현한다면 그것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 해석과 감상이 깊이 있게 실릴 수 없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단순한 풍경, 혹은 기행문과 같은 일반적인 것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대상이 되는 현장을 나름대로 취사선택하고 취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염려에 대한 나름대로의 모색의 결과일 뿐 아니라 실경의 상투적인 내용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 할 것이다.
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은 반드시 서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즉 역사적 사실은 그것을 읽는 시대적 조건과 상황에 따라 해석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작가가 굳이 유배지를 소재로 택한 것은 흥미로운 것임에 분명하지만, 만약 작가의 작업이 단순한 기행문, 혹은 감상문과 같은 내용의 것이 아니라 한다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인 시각과 해석의 확보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작가의 작업은 이전의 현장 답사를 통한 현장 체험에서 벗어나 점차 주관적인 해석으로 전이되고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대상이 되는 역사 현장에 대하여 주관적인 시각을 통한 적극적인 취사선택과 이의 단순호, 조형화는 작가의 작업이 이전의 그것에 비하여 한 단계 성숙해져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유배 문화는 남도의 독특한 저항 정신을 만들어 온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는 일종의 특수한 정신세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작가의 독특한 작업 소재는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없을 뿐아니라, 오늘이라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이해는 관건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점차 변화하며 구체화되고 있는 작가의 역사탐방의 다음 귀착지를 주목해 본다.


Art Critic

평론모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건수(미술비평) 성태훈의 선유도왈츠 "전통과 현대의 혼성적 왈츠, 화엄세상을 향해 가는 배" file 성태훈 2023.01.15 4902
공지 이진명 (미술비평, 미학, 동양학) "성태훈의 회화: 상실된 꿈과 인간화 과정" 성태훈 2022.03.22 11251
공지 변길현(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성태훈 - 시대의 풍경 앞에 “길을 묻는다“ 성태훈 2016.09.26 17946
29 김영민(가나아트센터 전시기획자) ▶ “꿈꾸는 닭, 닭이되 더 이상 닭이 아닌 닭” [Dreaming Rooster - Beyond Physical Limitations -] 성태훈 2014.01.08 57309
28 장동광(독립큐레이터, 미술비평) ▶ 매화꽃에 걸린 현대문명 성찰기(省察記)(제 15회 개인전) [Pondering Modern Culture through Plum Blossoms : Poignant Scent of Satire and Wit (The 15th Solo Exhibition)] 성태훈 2014.01.08 23422
27 고충환(미술평론) ▶ 트라우마와 치유, 트라우마를 싸안고 날아오르기 [Trauma, Healing and Flying with Embracing Trauma (Seong Tae-hun’s Flying Roosters)] 성태훈 2014.01.08 22819
26 서영주(예술학, Curator) ▶ 梅 一 生 寒 不 賣 香 - 매화는. 일평생. 추위에. 향을. 팔지. 않는다.(제 13회 개인전) [Plum Blossoms Do Not Give Away Their Scent, Despite the Coldness of Life (The 13th Solo Exhibition)] 성태훈 2014.01.08 22370
25 김상철(미술비평, 동덕여대교수) ▶ “닭은 아득한 이상의 공간에서 봉황으로 난다” [The chicken flies in a dim ideal space as the phoenix] 성태훈 2014.03.17 21506
24 김노암(아트스페이스휴, 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 대표) ▶ “닭은 날고 새벽은 오고” 성태훈 2014.01.08 20647
23 김현경(팔레드서울 큐레이터) ▶ 비현실적 삶의 풍경을 관념적 상상으로 표현한 풍자적이고 역설적인 발상 [Seong Tae-hun’s Flying Roosters] 성태훈 2014.01.08 20488
22 임대식(미술평론, 쌀롱 아터테인 대표) "애리(愛利)" 성태훈 2018.09.11 20194
21 김노암(전시기획자, 미술비평) ▶ 시대풍경 ; 폭력과 불안과 공포를 어찌할 것인가? 성태훈 2014.01.08 20171
20 박영택(미술비평,경기대교수) ▶ 전쟁공포증과 물 이미지(제 7회 개인전) 성태훈 2014.01.08 19785
19 조성지(예술학박사, CSP111아트갤러리 디렉터) ▶ 풍자와 해학적 이미지로서 꿈을 향한 도전과 비상의 의지 성태훈 2014.01.08 19682
18 조관용(미학, 미술비평) ▶ 벽의 실체는 밑바닥에서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서서히 무너져...(제 5회 개인전) 성태훈 2014.01.08 19530
17 임대식(전시기획자, 미술비평) ▶ 폭력과 일상의 대 반전 (제 11회 개인전) [The Great Reversion between violence and daily lives (The 11th Solo Exhibition)] 성태훈 2014.01.08 19354
16 홍경한(미술평론,'아티클 편집장 ) ▶ "유토피아의 다른 언어" 성태훈 2016.04.04 19337
15 조관용 (미학, 미술비평) ▶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의 모습을 반추(제 4회 개인전) 성태훈 2014.01.08 19333
14 류철하(월전미술관 학예실장) ▶ 불안한 세계인식의 징표이자 평화를 향한 역설적 희구 (제 6회 개인전) 성태훈 2014.01.08 19201
13 이 섭(전시기획자, 미술비평) ▶ 왜 작가는 자신에게 길을 묻는 가? (제 12회 개인전) 성태훈 2014.01.08 19128
12 김준기(예술학, 미술비평) ▶ 우리들의 한 시대도 또 그렇게 흘러간다(제 8회 개인전) 성태훈 2014.01.08 19119
11 김상철 (공평아트센터 관장) ▶ 실경의 서정성과 역사적 서사성 (제 1회 개인전) 성태훈 2014.01.08 19086
10 최금수 (네오룩 대표, 미술비평) ▶ 實景과 歷史 그리고 想像과 現實 (제 3회 개인전) 성태훈 2014.01.08 19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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